아메리카노, 그 이름에 담긴 역사와 편견

이탈리아에서의 굴욕

제가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배울 때 들었던 이야기예요. 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미군들이 현지의 진한 에스프레소를 견디지 못하고 물을 타서 마신 거예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대요. "Caffè Americano", 미국인처럼 마시는 커피라는 뜻이죠. 거기엔 분명 경멸의 의미가 담겨 있었어요. 마치 "커피 맛도 모르는 양키들"이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처음엔 그 말에 수긍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보스턴 차 사건의 여파

사실 미국인들이 연한 커피를 좋아하게 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어요. 1773년 보스턴 차 사건 이후 미국인들은 영국의 홍차 대신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죠.

그런데 하루아침에 입맛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어요. 홍차처럼 연하게 마시기 위해 커피에 물을 많이 타서 마셨고, 그게 미국식 커피 문화로 자리 잡은 거예요.

어떻게 보면 아메리카노는 독립정신의 상징이기도 한 셈이죠. 영국의 홍차 문화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커피 문화를 만들어낸 거니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아메리카노를 좋아할까?

카페를 운영하면서 늘 궁금했어요.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아메리카노를 좋아할까?

처음엔 단순히 가격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메뉴보다 저렴하니까요. 하지만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다른 이유들을 발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