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기라떼 - 356번의 봄, 그리고 조화로운 레이어

Photo: Unsplash

유리잔 속에서 우유와 딸기가 만들어내는 그라데이션을 보며, 나는 봄의 시작을 느낀다.

2018년 3월, 논산 딸기 농장. 취재차 방문했던 비닐하우스 안은 딸기 향으로 가득했다. 농장주 할머니가 "이거 한 입 먹어봐" 하시며 건네준 설향. 꼭지까지 빨갛게 익은 그 딸기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것이 진짜 딸기구나.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맛을 라떼에 담을 수 있을까?'

🌍 18세기 브르타뉴에서 21세기 서울까지

딸기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18세기 말 프랑스 브르타뉴에서 처음 재배된 정원 딸기(Garden Strawberry). 남미 칠레의 야생 딸기와 북미 버지니아의 야생 딸기가 만나 탄생한 특별한 열매다.

한국에는 1920년대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1943년 밀양 삼랑진에서 첫 재배가 시작됐다.

🍓 알고 계셨나요?

딸기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입니다.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 우리가 먹는 빨간 부분은 열매가 아니라 화탁이고, 진짜 열매는 표면의 까만 씨앗들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딸기는 봄의 전령사다. 아니, 이제는 겨울의 여왕이 되었다. 비닐하우스 재배 기술이 발달하면서 12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이 됐다. 특히 겨울 딸기가 더 달다. 추위를 견디며 당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 356번의 실험, 그리고 발견

첫 번째 시도는 단순했다. 딸기를 갈아서 우유에 섞었다. 결과는... 그냥 딸기우유였다. 뭔가 부족했다. 라떼의 정체성이 없었다.

문제는 세 가지였다

첫째, 딸기의 수분 - 딸기는 90%가 수분이다. 그대로 갈면 라떼가 묽어진다.
둘째, 산도 - 딸기의 산(구연산, 사과산)이 우유의 단백질과 만나면 응고될 수 있다.
셋째, 층 분리 - 예쁜 그라데이션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87번째 실험에서 첫 번째 돌파구를 찾았다. 딸기청이다. 딸기와 설탕을 1:0.7 비율로 섞어 하루 숙성. 삼투압 작용으로 수분이 빠지면서 진한 딸기 시럽이 된다. 하지만 너무 달았다.

134번째, 설탕 대신 올리고당을 사용했다. 단맛은 줄이고 끈적임은 유지됐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했다.

🍋 레몬즙 3방울의 마법

198번째 실험에서 운명적인 발견을 했다. 레몬즙이다. 딸기청에 레몬즙을 3방울. 단 3방울이 모든 것을 바꿨다.

레몬의 구연산이 딸기의 맛을 증폭시킨다. 마치 소금이 단맛을 강조하듯이. 그리고 훌륭한 부수 효과가 있었다. 색이 더 선명해진 것이다. 안토시아닌이 산성 환경에서 더 붉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층이 너무 빨리 섞인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기도 전에 그라데이션이 사라졌다.

⚗️ 비중의 과학, 그리고 온도의 예술

267번째 실험. 물리학 교과서를 펼쳤다. 비중이 다른 액체는 층을 이룬다. 문제는 딸기청과 우유의 비중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

해법은 온도였다. 차가운 우유와 상온의 딸기청. 온도 차이가 비중 차이를 만든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했다.

312번째, 결정적 발견. 얼음이다. 잔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얼음 위로 천천히 부으면 층이 유지된다. 바텐더들이 칵테일을 만들 때 쓰는 기법이었다.

🎯 356번째, 조화로운 레시피

재료

딸기 200g (설향 또는 죽향)
설탕 40g
올리고당 20g
레몬즙 3방울
우유 200ml
얼음 적당량
플레인 요거트 1큰술 (선택)
민트잎 (장식용)

딸기청 만들기

딸기를 깨끗이 씻어 꼭지를 제거한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4등분한다
딸기, 설탕, 올리고당을 섞는다
레몬즙 3방울을 넣는다
실온에서 2시간, 냉장고에서 하루 숙성한다

라떼 만들기

투명한 유리잔에 얼음을 가득 채운다
딸기청 3큰술을 잔 바닥에 넣는다
차가운 우유를 얼음 위로 천천히 부어 층을 만든다
원한다면 요거트를 올려 크레마 효과를 낸다
민트잎으로 장식한다

💊 비타민C 80mg의 행복

딸기 100g에는 비타민C가 80mg. 레몬의 두 배다. 딸기 5~6개면 하루 필요량을 충족한다. 게다가 안토시아닌, 엘라그산, 폴리페놀까지. 항산화 물질의 보고다.

안토시아닌

눈 건강에 좋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필수다.

펙틴

장 건강을 돕는다.

엽산

임산부에게 도움을 준다.

재미있는 건 딸기의 색이다. 빨갈수록 안토시아닌이 많다. 그래서 꼭지까지 빨간 딸기가 좋다. 하우스 재배가 만든 또 하나의 선물이다.

🧬 우유와의 궁합, 그리고 화학

딸기와 우유는 천생연분이다. 딸기에 부족한 단백질을 우유가 보충한다. 우유의 칼슘과 철분은 딸기의 구연산이 흡수를 돕는다.

하지만 설탕은 조심해야 한다. 딸기의 비타민B 흡수를 방해한다. 그래서 나는 올리고당을 쓴다. 단맛은 주되 영양소는 지킨다.

💡 딸기 씻는 법도 중요하다

30초 이상 물에 담그면 비타민C가 빠져나간다
흐르는 물에 재빨리 씻는다
꼭지는 씻은 후에 제거한다

🌸 기억 속의 딸기밭

초등학교 봄 소풍. 딸기밭 체험학습. "한 통만 따가세요"라는 선생님 말씀에도 불구하고 따먹느라 정신없던 우리들. 입 주변이 빨갛게 물든 친구들의 얼굴이 아직도 선하다.

그때의 그 단순한 행복. 햇살 아래 반짝이던 딸기잎, 달콤한 향기, 그리고 웃음소리. 딸기라떼를 만들 때마다 그 순간이 떠오른다.

☕ 마지막 한 모금, 그리고 시작

356번의 실험 끝에 완성한 딸기라떼. 첫 모금은 달콤함, 두 번째는 상큼함, 마지막은 고소함으로 마무리된다.

투명한 유리잔 속 붉은색과 흰색의 그라데이션은 봄의 시작을 알린다. 겨울딸기가 만드는 아이러니한 봄의 전조.

카페에서 파는 딸기라떼는 대부분 시럽을 쓴다. 편하고 빠르다. 하지만 생딸기로 만든 라떼는 차원이 다르다. 신선함이 다르고, 향이 다르고, 무엇보다 마음이 다르다.

창밖엔 아직 찬바람이 분다. 하지만 내 앞의 딸기라떼는 봄을 노래한다. 한 모금 마시며 생각한다. 올해는 356번이 아닌 357번째 도전을 해볼까. 더 조화로운 레이어, 더 깊은 맛을 찾아서.

북유럽 신화에서 여신 프리그에게 바쳤다는 딸기. 기독교 시대엔 성모 마리아의 과일이 됐다. 천국 가는 아이들의 머리에 딸기 꼭지가 생긴다는 전설처럼, 딸기라떼 한 잔에도 작은 천국이 담겨있다.

"조화로운 한 잔을 위해선 356번의 실패가 필요하다"

하지만 357번째는 더 나은 실패가 될 것이다. 그것이 라떼의 길이고, 인생의 길이니까.

💰 원가 분석

재료	용량	단가
딸기	50g	1,500원
우유	200ml	400원
설탕/올리고당	15g	100원
기타 재료	-	200원
총 원가		2,200원
권장 판매가		7,000원
마진율		68.6%